환자들의 마음을 치유하라 ‘행복치료’로 스스로도 ‘행복한 한의사’로 거듭나다
스스로 행복사관학교 교장이라고 칭하고 환자들이 완치가 되면 그들에게 졸업장을 수여하는 한의사가 있다. 소소한 이벤트이지만 졸업식은 ‘완치’라는 분명한 목표를 달성한 후 진행되기 때문에 치료에 임하는 환자들에게는 치료를 하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기쁨으로 자신의 졸업식을 손꼽아 기다린다. 즉 행복사관학교에서는 행복이라는 콘텐츠로 작은 기쁨 하나하나를 환자들의 마음에 새김으로써 치료과정 자체가 고통이 아닌 행복해지는 과정인 것이다. 행복한 사람을 만드는 행복한 한의사 김택 원장(50·분당경희기린한의원)을 만나 그가 지향하는 ‘행복치료’에 대해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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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자궁근종 치료를 해오면서 최근에는 기존의 치료방법에 ‘행복치료’라는 개념을 도입해 환자들이 더욱 건강해질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스스로도 행복한 한의사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하는 김택 원장. | -행복치료를 도입하게 된 동기는? 환자를 보는 일에 있어서 지난해부터 작은 변화를 하나 둘 시도해보았다. 변화를 시도하기 전 3년 정도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일을 겪었다. 당시 몇몇 지인들을 제외하고 많은 사람들이 등을 돌리더라. 그러던 중 한 친구가 추천해준 경영강의를 듣게 됐는데, 강의에서 배운 내용들을 실생활에 직접 적용해보기 시작한 것이다. 하루는 10년간 쌓인 원장실의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하고, 조명도 갈아 끼우는 등 주변 환경을 밝게 만들어가니 한의원 전체가 살아나는 듯했다. 더불어 한의원의 다른 업무들도 직접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렇다보니 한의원 내 직원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고, 점점 소통이 원활해지게 된 것이다.
작은 변화로도 마음이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깨닫고 환자에게도 그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최대한 두려움 없는 치료로 행복을 줄 것을 다짐했다. 환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진심으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하는 일은 결국 환자들의 마음을 열게 하고, 치료에 대한 긍정적이고 희망적 효과를 기대하게 됨으로써 좋은 결과를 낳는다. 행복치료 도입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환자의 치료율, 경영 활성화에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
-자궁근종 치료에 있어 행복치료 도입의 효과는? 20여 년간 자궁근종을 위주로 치료하고 있다. 개원 초기에는 통증치료 등 여러 종류의 치료를 해봤지만 삼대독자인 친구 아내의 자궁근종을 치료하게 된 계기로 자궁근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 이전에는 자궁근종을 치료해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한의학 서적과 논문 등을 참고하며 열심히 공부했다.
자궁근종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없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마음이 아파서 근종이 생기거나 악화된 분들이 많다.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이 행복해져야 다시 건강해질 수 있고, 마음이 행복해지지 않으면 치료도 잘 안 된다”고 세뇌를 시키는데, 그것이 바로 행복치료의 시작임을 일깨워준다. 사실 행복치료를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해 초부터 임상에 적용하기 시작했는데, 이전에 비해 환자의 치료효과는 높아진 것 같다.
우선 자궁근종의 한의학적 치료를 설명하자면, 어혈배출이 잘 될 수 있도록 돕고, 자궁난소기능을 튼튼하게 해주는 것을 기본원리로 양방의 부분수술이 자궁조직의 부분적 손상을 남기는 것과는 달리 자궁근종 조직을 감소시키되 정상자궁조직은 손상 없이 오히려 증대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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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치된 환자에게 수여하는 졸업장. | 자궁근종에 대한 전문치료와 함께 환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주는 방법 중 하나로 환자와의 소통을 최대한 끌어내고 진료 후에도 환자에게 꾸준히 관심을 기울인다. 이를테면 환자들에게 행복한 일이 있을 때 문자를 보내도록 진료 후 행복숙제를 주문하고, 그 숫자가 많을수록 더 많이 칭찬해준다. 그리고 문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답문을 전달하는 등 진료시간에 개의치 않고 환자와의 소통을 지속한다. 초진부터 완치가 될 때까지 꾸준한 관심을 보내고, 설령 중간에 내원하지 않은 환자들에게도 가끔 안부를 전하곤 한다. 그리고 환자가 완치가 되면 조그마한 이벤트도 마련돼 있다. 하얀 천사 날개를 달고 졸업 모자를 씌워주며 완치 졸업장을 수여하는 것이다. 치료의 기쁨을 두 배, 세 배 느낄 수 있도록 마련한 행복치료의 일환이다.
-경희기린한의원만의 특별한 환자관리 노하우가 있다면? 앞서 말한 대로 행복치료가 환자관리 노하우가 아닐까? 사실 행복치료는 환자 뿐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도 큰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행복치료 시작 전에는 개인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행복치료를 시작하면서 나에게 맞는 체질음식을 선택해 먹은 후부터는 건강을 회복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진료시간이 끝난 후 한의원의 이런저런 일을 하다보면 새벽 2~3시가 훌쩍 지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잠을 늦게 자도 크게 문제가 없다. 체질음식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환자들에게도 권해주고 있다.
그리고 행복치료는 병원에서의 진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삶은 각자의 체질에 맞는 식생활도 중요하고 생활습관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하나하나 조언해준다. 또 건강상 문제를 비롯해 무슨 일이 있을 때면 시간에 상관없이 언제든 연락을 하라고 말하는데, 이러한 마음가짐에 환자들은 나를 신뢰한다.
환자들에게 격려의 말을 건네는 일도 많다. 사실 몸이 아픈데 마음이 가라앉아 있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때문에 우울증이 있는 분들은 사소한 것들에도 예민해질 수 있는데, 이를테면 비가 내리는 날에는 환자가 침울해질 수도 있으므로 ‘은혜의 단비입니다’라는 문자로 안부를 전하거나, 태풍이 오는 날이며 ‘과거의 힘든 일을 모두 쓸어갈 것입니다’라는 멘트로 위안을 준다.
환자들에게 정확하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경희기린한의원은 홈페이지 외에도 블로그 관리에도 열심이다. 처음 블로그를 운영할 때는 업체에 맡기기도 했지만, 지금은 직접 관리한다. 업체에 맡기면 편하긴 하지만 내용이 정형화돼 있다. 경희기린한의원 뿐 아니라 다른 한의원이나 병원도 동시에 관리하기 때문에 내용이 비슷비슷하고 특징이 별로 없다고 느꼈다. 특히 여기저기 짜깁기된 정보는 블로그를 찾는 이들에게 오히려 잘못된 정보가 전달돼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직접 관리하고 있는데, 현재 4개의 블로그를 운영 중이며 공익성 있는 내용을 많이 전달하고자 한다. 포토샵 등 블로그 관리에 필요한 프로그램도 직접 배우고, 파워블로거들의 조언을 받기도 한다.
-한의계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조언을 들려달라. 우선 십 년을 내다보고 특정진료과목을 전문화해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질병이 늘어날 것인가, 사회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측해봐야 하고, 그만큼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전문화한 진료과목을 정했다면 그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병원을 크게 성장시킨 분들을 보면 하루 2~3시간씩 수면을 취한다. 그만큼 병원과 환자에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 즉 전문화시킬 분야를 찾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발전시키면 하고자하는 분야에서의 삶이 충분히 밝을 것이라고 본다.
신은주 기자 |